전 세계의 여러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화장품과 소비재 업계도 코로나 대유행의 영향으로부터 빠르게 적응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혁신의 기회도 있었고 이커머스에 대한 의존도도 증가했지만, 기업의 독자적 생존력과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손성민 연구원은 컨설팅 그룹인 REACH24H의 한국 지사장으로, 그 동안 산업 전문가로서 기업 동향 조사와 업계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시장 변화를 누구보다도 더 잘 관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어떠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앞으로 업계는 어떻게 전개될 지에 관해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과 일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 지난 2020년 3월에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여러 업계들이 큰 타격을 입은 반면 이커머스 플랫폼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나고 있나요?
이커머스 플랫폼은 지난 몇 년간 뷰티 시장에서 이미 주요 채널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떠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통의 핵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해당 채널들의 소비자들의 의존도가 확실히 높아졌습니다. 특히 코로나19는 소비재 판매 비중이 높은 화장품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죠. 한국의 월간 온라인 결제액은 지난해 10 월에 거의 130 억 달러로 작년보다 20 %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는 2020년 2 월의 110 억 달러에 비교해서도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마케팅 전략과 제품 홍보도 온라인으로 옮겨졌지만 SNS와 같은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그 어느때 보다 높아졌습니다.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긴 했지만, 코로나는 이를 가속화했고, 새로운 소비자들도 끌어들였습니다.
‘실버 서퍼’라고도 불리우는 50~60대 소비자가 온라인 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장이 확장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특히 유튜브 등 중장년층 이상의 새로운 타깃 소비자의 확대를 가져왔고, 젊은 층에는 틱톡 등과 같은 새로운 SNS플랫폼, 판매 채널로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의 신규 도입 등으로 인하여 온라인 소비재 시장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성장하는데 기여를 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합니다.
변화된 생활 패턴으로 인해 마스크, 소독제 등과 관련하여 새로운 기능과 형태의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화장품 산업과 제품 품목군의 확대에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수출 선적이 어려워지고, 골판지 박스 품귀 현상, 전시회 취소 등은 현재 화장품 업계가 겪고 있는 애로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코로나19로 위생 및 스킨 케어, 그리고 마스크로 인한 여드름에 대한 새로운 관심 및 메이크업 제품의 지속적인 인기 등 소비자의 요구가 바뀌었습니다. 어떤 분야의 인기가 상승했나요? 혹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있었나요?
소독 관련 제품 및 스킨 케어의 인기와 판매 증가는 예상한대로 입니다. 재택 근무가 늘고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메이크업의 필요성이 축소되었습니다. 특히 메이크업을 할 때는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코로나 초반 일부 전문가들은 노출된 눈가를 강조하는 화려한 아이 메이크업 트렌드가 확산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더 강한 노 메이크업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은 재밌는 변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아시아 태평양 및 전 세계의 위생 제품에 대한 수요에 지속적으로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분야의 시장은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위생 제품의 사용률이 10 %였다고 가정해보죠. 지금은 어떻습니까? 사람들의 90 %가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코로나 대유행이 종료되면 다시 위생 제품 수요가 10 %로 회귀할까요? 아마도 10%에서 90% 사이의 어디쯤 수렴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분야의 시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하다고 봅니다.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고 있지만 출시 일정은 아직 불분명합니다. 일부 국가가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백신을 접종 받게 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뷰티 기업들은 모든 지역에서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전세계 모든 보건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점은 코로나19가 곧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방 접종 초기인 지금 단계에서는 그 무엇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뷰티 기업들은 고유한 핵심 가치를 지닌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 전략에 집중해야 합니다.
둘째, 신뢰를 지속적으로 쌓아가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소비를 줄이고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꼼꼼한 학습을 통해 제품과 브랜드의 신뢰성에 대해 검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아예 테스터 제품을 사용해볼 수 없으므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 과 관련 콘텐츠에 대한 리뷰 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조건적인 칭찬이나 근거 없는 주장과 호평은 코로나19 시대에는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 있습니다. 솔직함으로 무장한 소통과 장기적인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의 믿음을 쌓고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씀드린 이 두 가지 전략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확장과 발전을 계속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진행되는 동안 화장품 업계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다양성과 유연성’이 기업 간에 차이를 만드는 요인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특히 메이크업 제품 위주의 오프라인 매장 운영 및 수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고객, 제품, 유통 채널 및 수출 국가가 다양한 기업들은 산업적, 정치적, 지리적 불확실성에 훨씬 쉽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코로나19 초기 단계에서 시장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대응한 기업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전통적인 대기업들은 전략을 세우느라 바빴지만 니치 브랜드는 신속한 변화를 통해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2021 년 뷰티 시장, 특히 K-뷰티에 대한 전망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향후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는 다양성과 유연성, 그리고 이를 통한 빠른 소비자의 변화, 시장 적응의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고, 제품과 성분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강조될 것입니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학습된 소비자 집단은 기존의 천편일률적이고 단편적인 기준과 가이드라인에서 진일보한 컨텐츠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기업의 대응과 변화는 하나하나 모두 소비자들에 의해 평가되는 시험대에 오를 것이며, 소비자는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에 대해서도 모든 부분을 철저히 점검하게 될 것입니다. 똑똑한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의 K-뷰티 시장의 경쟁력 제고의 핵심이 될 것 입니다.
또 한국은 2020 년에 세계 최초로 ‘맞춤 화장품’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직까지는 많은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모두의 바람인 ‘나만의 제품’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브랜드의 인기가 위협받고, 새로운 철학을 선보이는 니치 브랜드의 출시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K-뷰티의 수출은 2020 년에도 계속해서 증가했으며 연간 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습니다. 2021년에도 K-뷰티는 ‘빠르고’, ‘새롭고’, ‘변화하고’, ‘도전하는’ 가치로 한 번 더 도약할 기세입니다. 이러한 핵심 가치가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을 이끌고 있는 한 코로나-20이 오더라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입니다. 마치 변종 바이러스처럼 말이죠.